검은 고양이, 냥집사들에게 제일 끔찍한 소설
누가 언급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가장 공포스러운 소설로 《검은 고양이》를 꼽더군요. 에드거 앨런 포 소설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데요.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한 화자(話者)인 나는 성정이 비슷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 눈에 띄면 바로 구해 왔습니다. 아내와 나는 "새와 금붕어와 훌륭한 개, 토끼와 작은 원숭이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됐습니다. 그중 몸이 칠흑같이 까맣고 영리한 플루토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됐습니다. 플루토는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 이름입니다.
플루토와 몇 해를 잘 지내는 동안 나는 술 때문에 쉽게 화내는 성격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취해서 주머니칼로 플루토를 잡아 한쪽 눈을 도려냈습니다. 플루토는 상처를 회복했지만 나를 혐오하며 피했습니다. 그런 플루토에게 짜증이 난 나는 아무 잘못 없는 고양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그날 밤 불이 나 집이 홀라당 탔습니다. 유일하게 타지 않은 벽에는 목에 밧줄이 둘려진 커다란 고양이의 모습이 부조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여러 달이 지나자 고양이를 잃었다는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집에서 플루토를 닮은 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녀석은 플루토처럼 눈이 하나 없고 가슴에 커다란 하얀 반점이 있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는 혐오감과 증오심이 들었습니다. 몇 주가 흐르자 고양이에게 있던 반점이 교수대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나는 참았던 공포와 함께 증오심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습니다.
불이 나고 형편이 어려워 낡은 건물에서 지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하실로 내려가다 고양이 때문에 넘어질 뻔했습니다. 화가 난 나는 도끼를 쳐들어 고양이를 내리쳤습니다. 아내가 막았습니다. 더 화가 난 나는 아내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쳤습니다. 아내는 즉사했습니다. 나는 시체를 지하실 벽 속에 넣고 회반죽으로 발라버렸습니다. 회칠을 한 벽은 손을 댄 흔적 없이 감쪽같았습니다. 그 후로 고양이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고 행복해졌습니다.
아내를 죽인지 나흘째 되던 날, 경찰관들이 들이닥쳐 수색했습니다. 경찰들이 지하실까지 구석구석 살폈지만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의기양양해진 나는 집이 튼튼하다며 아내의 시체를 넣은 곳을 지팡이로 탕탕 두들겼습니다. 두들기는 소리가 잦아들자 갑자기 지옥에서나 들릴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비틀대며 쓰러졌고, 경찰관들은 벽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굳은 피가 얼룩진 썩은 시체의 머리 위에 외눈을 가진 가증스러운 짐승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 교활한 짐승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는데 그 짐승이 고자질 소리를 냈던 겁니다. 아뿔싸!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지막 반전이 압권입니다. 역시 에드거 앨런 포입니다. 다시 읽은 《검은 고양이》는 더 무섭고 잔혹한 소설입니다. 아내와 반려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게 발각되어 교수형을 앞둔 사이코패스의 변명으로 가득합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가장 공포스런 소설이자 고양이 집사들이 제일 끔찍한 소설로 꼽을 만합니다.
《검은 고양이》를 읽으며 예전엔 몰랐던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지 못할 거면 아예 마시지 말 것과 목숨이 아홉인 고양이를 해코지하면 복수한다는 겁니다. 전지적 집사 시점이라면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을 거면 들이지 말고, 들였으면 끝까지 함께하라는 건 덤입니다.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 1843/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전승희 역/민음사 20170703 192쪽 9,800원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한 화자(話者)인 나는 성정이 비슷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 눈에 띄면 바로 구해 왔습니다. 아내와 나는 "새와 금붕어와 훌륭한 개, 토끼와 작은 원숭이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됐습니다. 그중 몸이 칠흑같이 까맣고 영리한 플루토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됐습니다. 플루토는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 이름입니다.
플루토와 몇 해를 잘 지내는 동안 나는 술 때문에 쉽게 화내는 성격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취해서 주머니칼로 플루토를 잡아 한쪽 눈을 도려냈습니다. 플루토는 상처를 회복했지만 나를 혐오하며 피했습니다. 그런 플루토에게 짜증이 난 나는 아무 잘못 없는 고양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그날 밤 불이 나 집이 홀라당 탔습니다. 유일하게 타지 않은 벽에는 목에 밧줄이 둘려진 커다란 고양이의 모습이 부조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여러 달이 지나자 고양이를 잃었다는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집에서 플루토를 닮은 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녀석은 플루토처럼 눈이 하나 없고 가슴에 커다란 하얀 반점이 있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는 혐오감과 증오심이 들었습니다. 몇 주가 흐르자 고양이에게 있던 반점이 교수대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나는 참았던 공포와 함께 증오심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습니다.
불이 나고 형편이 어려워 낡은 건물에서 지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하실로 내려가다 고양이 때문에 넘어질 뻔했습니다. 화가 난 나는 도끼를 쳐들어 고양이를 내리쳤습니다. 아내가 막았습니다. 더 화가 난 나는 아내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쳤습니다. 아내는 즉사했습니다. 나는 시체를 지하실 벽 속에 넣고 회반죽으로 발라버렸습니다. 회칠을 한 벽은 손을 댄 흔적 없이 감쪽같았습니다. 그 후로 고양이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고 행복해졌습니다.
아내를 죽인지 나흘째 되던 날, 경찰관들이 들이닥쳐 수색했습니다. 경찰들이 지하실까지 구석구석 살폈지만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의기양양해진 나는 집이 튼튼하다며 아내의 시체를 넣은 곳을 지팡이로 탕탕 두들겼습니다. 두들기는 소리가 잦아들자 갑자기 지옥에서나 들릴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비틀대며 쓰러졌고, 경찰관들은 벽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굳은 피가 얼룩진 썩은 시체의 머리 위에 외눈을 가진 가증스러운 짐승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 교활한 짐승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는데 그 짐승이 고자질 소리를 냈던 겁니다. 아뿔싸!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지막 반전이 압권입니다. 역시 에드거 앨런 포입니다. 다시 읽은 《검은 고양이》는 더 무섭고 잔혹한 소설입니다. 아내와 반려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게 발각되어 교수형을 앞둔 사이코패스의 변명으로 가득합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가장 공포스런 소설이자 고양이 집사들이 제일 끔찍한 소설로 꼽을 만합니다.
《검은 고양이》를 읽으며 예전엔 몰랐던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지 못할 거면 아예 마시지 말 것과 목숨이 아홉인 고양이를 해코지하면 복수한다는 겁니다. 전지적 집사 시점이라면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을 거면 들이지 말고, 들였으면 끝까지 함께하라는 건 덤입니다.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 1843/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전승희 역/민음사 20170703 192쪽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