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생어의 여성과 새로운 인류 - 피임할 권리와 여성 해방의 시작

마거릿 생어의 여성과 새로운 인류 - 피임할 권리와 여성 해방의 시작
  • 현대의 여성 운동은 노동 운동과 마찬가지로 18세기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노동 운동은 인구 과잉, 무한 경쟁, 사회적 빈곤과 무질서를 낳은 산업혁명 때문에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전체적인 인권 신장 및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확장하는 프랑스 혁명의 부산물 정도로 경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9)
  • 현대 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발전한 분야는 성적 구속에 대항하는 여성의 저항이다. 세상을 재건하는 가장 중추적인 힘은 자유로운 모성이다. (17)
  • 여성은 스스로 깨닫고 무지의 결과에 대해 알아야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첫 단계가 산아제한이다. 산아제한을 통해 여성은 자발적인 모성에 도달할 수 있다. 여기에 도달할 때 기본적인 성적 자유를 찾을 수 있고 자신과 인류의 노예화가 중단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내재된 본능을 이해함으로써 세상을 끊임없이 치유해 나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여성은 세상을 재편하게 될 것이다. (23)
  • 피임에 대한 지식이 있는 여성은 모성이 되는 경험과 불행한 삶 중 어떤 선택도 강요받지 않는다. 또한 사회적 및 정신적 활동과 모성의 균형을 맞출 것을 강요받지도 않는다. 모성은 모든 여성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성이 어머니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친구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이 아니며, 남편, 친구, 문화 그리고 삶의 기쁨에 필요한 모든 다양한 경험에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다. (75)
  • 산아제한이라는 문제는 페미니즘 정신이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여성은 번식 능력을 통해 자신을 노예화하는 한편, 세상 사람들마저 속박하게 되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은 여성이 겪는 육체적 고통이다. 지나친 다산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여성의 성생활이다. 인류의 미래는 여성에게 달려 있다. 인류가 번창할지 아니면 쇠퇴할지 여부는 여성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123)
  •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자유는 여성의 자유다. 자유로운 인류는 노예나 다름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날 수 없다. 속박당한 어머니는 아들과 딸들에게 어느 정도의 속박을 물려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육체를 소유하고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어머니가 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를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떤 여성도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124)
  • 여성의 사명은 남성 정신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며, 남성이 만든 세상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상의 활동 영역에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불어넣어 인간다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129)
  • 여성에게는 자유가 있어야 있다. 그러려면 어머니가 될 것인지 말 것인지, 아이를 몇 명 가져야 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자유가 있어야 한다. 남성의 태도가 어떻든 관계없이, 이것은 여성의 문제다. 남성의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여성만의 문제다. (130)
  • 여성의 삶에서 필요한 것은 억압이 아니라, 가능한 한 가장 높은 곳에서 이들의 바람을 최대한 크게 펼치고 수행하는 것이다. 무지와 강요를 통해서는 더 높은 곳에 절대 도달할 수 없다. 지식을 통해 그리고 성에 대한 보다 즐겁고 수준 높은 태도를 함양할 때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성생활에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피임의 위대한 기능 중 하나다. 두려움에 휩싸이면 병적인 상태가 된다. 병적인 상태가 진정으로 아름다울 리 없다. (146)
  • 사회는 과도한 출산의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페미니즘 정신의 오랜 노력에 대한 중요성을 아직 잘 모른다. 특히 영아살해, 아동 유기, 낙태 등에 관한 실질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눈뜬 장님과 다를 바 없다. 사회는 여성의 본성에서 가장 고결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것을 방해하고 바꾸려 했으며, 억압하고 혼란스럽게 했다. 사회의 억압으로 인해 여성의 내적 충동이 폭력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고 여성은 스스로 가족 수를 제한하기 위해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사회는 이를 즉각적으로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려고 했다. 사회는 귀머거리처럼 여성의 애원이나 역사의 교훈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을 이런 '범죄'에 강제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151)
  • 여성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자발적인 모성인가? 일반적인 자유인가? 아니면 새로운 인류의 탄생인가? 자유만으로 충분하다. 더 고매한 결실이 풍성하게 열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여성 자유의 가장 신성한 측면인 자발적인 모성이 가장 위대하다. 자유로운 모성은 구속받지 않으며, 세상을 새롭게 재창조하려는 여성의 요구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 자발적인 모성은 새로운 도덕, 즉 왕성하고 건설적이며 자유로운 도덕성을 함축한다. 이 도덕성은 무엇보다 여성의 본성이 모성애에 파묻히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여성이 기계적인 출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기를 원한다. (271)

마거릿 생어의 여성과 새로운 인류Woman and the New Race, 1920/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김용준 역/동아시아 20230109 280쪽 16,000원

1879년에 태어난 마거릿 생어는 피임에 대한 광고와 정보제공을 금지하는 콤스톡법(The Comstock Act)의 전성기에 성인이 되어 여성에게 피임 정보와 장치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도전했습니다. 생어가 피임에 대해 헌신한 것은 개인적인 비극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열한 명의 아이 중 여섯 번째로 태어난 마가렛은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겨우 50살이었던 어머니는 11번의 출산과 7번의 유산을 했습니다.

생어는 간호 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시에서 방문 간호사로 일하며 가난한 이민자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에 직면했을 때 낙태에 의존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생어는 더 나은 피임약의 필요성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1914년에 '산아제한(birth control)'이라는 말을 만들며 여성들에게 피임 정보와 피임약을 제공했습니다. 1916년에 미국 최초의 피임 클리닉을 열었다는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생어가 피임할 권리와 인권 운동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지만 우생학 애호가이기도 했습니다.

생어는 피임 방법에 관한 활동으로 1914년 8월 콤스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콤스톡법은 생어가 81세 때인 1965년에 파기됐습니다. 20세기에 여성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마거릿 생어는 1966년에 타계했습니다. 생어가 백여 년 전에 자유로운 인류는 노예나 다름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날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도 어머니가 될지 말지를 여성이 선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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