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입사하고 싶은 직장은 존재할까?

the best iob in the world

하는 일 블로그에 리포트 작성하기
물고기 먹이주기
수영장 관리하기
우편물 배송하기
사무실 3개의 넓은 침실, 2개의 욕실, 모든 설비가 갖추어진 부엌, 최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천장 선풍기, 에어컨 그리고 세탁시설을 갖추고 있는 빌라 무료 제공
급여 및 근무시간 호주 달러 $150,000 /6개월, 12시간/월

The best job in the world

하는 일이라고는 블로그질 하다 물고기 밥 주기, 수영장에서 낙엽이나 줍고, 비행기 타고 우편물 배송하는 것뿐이다. 침실 3개 딸린 럭셔리한 빌라에서 먹고 자면서 한 달에 12시간 일하면 6개월에 한국 돈 1억 3천만원을 받는다. 한 달에 2천만 원이라고 치면 근무시간이 고작 12시간밖에 안 되니 시간당 160만원이다. 88만원 세대가 꼬박 두 달 일해야 하는 돈을 딸랑 한 시간에 번다.

세상에 이런 직장이 있을까요? 정답은 '정말 있다'입니다.

호주 퀸즈랜드주 관광청에서 섬 관리인(Island Caretaker)을 구하는 채용광고입니다.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그럼 요기를 방문해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월 말 현재 전 세계에서 약 9천명이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왜 신입사원을 뽑을까?

일전에 삼성 입사 1년 만에 퇴직한 신입사원의 사직서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때 묻지 않은 패기와 신선함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만 한 편으로는 저렇게까지 화제가 될만한 일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기업에서는 왜 신입사원을 뽑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인 물이 썩듯이 기업이라는 유기체도 정체하고 있으면 썩어갑니다. 정체라는 것은 회사 규모가 커지지 않는 것이고, 이것은 바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고로 활동적인 회사는 돈을 벌고 규모가 커지며 새로운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소위 인재라고 부르는 새로운 피를 수혈하게 됩니다. 새로운 피는 기존의 피와 궁합도 맞아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건전한 피도 흐르지만 썩고 고름이 잔뜩 흐르는 피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피를 받아들임으로써 교체를 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섬 관리인 채용광고가 홍보성 짙은 이벤트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하는 일이나 보수 면에서 보면 신도 입사하고 싶은 직장입니다. 그런데 왜 계약기간이 6개월밖에 안될까요? 채용된 관리인은 소위 말하는 스펙이 일류일 테지만 6개월이 지나면 신선한 감각이 떨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본 것은 아닐까요?

섬 관리인이라는 매력적인 직장에서 높은 급여를 받고 6개월이 지나고 연봉이 섬 관리인 한 달 급여도 안 되고 일주일에 12시간 잔업을 해야 하는 곳에 재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으로는 진정으로 섬 관리인이 되고 싶거나 지금 된 이들은 단순히 높은 급여를 보고 시작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들은 리프레쉬 개념으로 그 시간을 즐기고 싶은 꿈이 더 컸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높은 급여와 근무조건만 보고 지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떨어질 게 뻔하다는 데 올인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 이런 말을 하면 제 대답은 늘 이렇습니다.

- 월급이 쥐꼬리만 해.
- 그럼 쥐 대가리만큼 주는 대로 가.

- 우리도 구글 사무실 같이 만들면 좋을 텐데.
- 그럼 구글로 가.

- 지방에선 근무를 못하겠어요. 연고가 없어서리.
- 그럼 해외지사에서는 근무할 수 있니?
- 옙.
- 해외에 연고가 있나 보네.
- !@@!

미라이 공업과 유토피아 직장

꿈의 직장, 샐러리맨의 천국이라는 미라이 공업이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연간 140일의 휴가, 5년마다 전 직원 해외여행, 70세까지 고용 등등 샐러리맨이 꿈꾸는 유토피아 그 자체였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부러웠지만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지는 않았겠지요. 더군다나 급여가 일본 최고라고 소개되지는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라이 공업이 이상적인 유토피아 직장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면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의 경영 철학에 동화가 돼서 구성원 모두 스스로 신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CEO의 건전한 철학과 구성원 전원의 자발적 참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구성원 모두가 신이 되려고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고, 지금은 그 노력의 몇 곱절을 들여 미라이 공업을 유지하고 있겠지요. 우리는 눈에 보이는 복지혜택만 보며 부러워했지 정작 그것을 유지 발전시키는 그네들 노력은 어떨지 상상을 하지는 않습니다. 모두 신들만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신입사원 인터뷰는 나오질 않더군요.

신도 입사하고 싶은 직장은 존재할까요? 제 대답은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입니다. 신도 입사하고 싶은 직장같이 완벽한 곳에서는 당신을 뽑지 않습니다. 완벽한 직장이라면 당신을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신도 입사하고 싶은 유토피아 직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신을 택했답니다.

에필로그

오늘이 하마 입춘이라네요.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그나마 우리나라 자랑이었는데 어느새 봄입니다. 계절은 계절다워야 하지만 모두 힘든 지금은 마음 한구석 손바닥만큼이라도 퍼뜩 풍성해지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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