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4대강, 퉁 칩시다!

박정희에 대한 공과만큼 노무현의 공과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노무현은 인간적인 대통령이었지만 훌륭한 대통령은 아니라는 평가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훌륭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평가에 일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세종시다. 세종시가 그에게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땅 놓고 농간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세종시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충청남도는 발길 닿는 곳마다 외제차가 허연 먼지를 날리며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길가에 들어서는 가건물마다 『땅』으로 도배된 중계업소가 활개를 쳤다. 세종시 때문에 사방 몇백 리는 들썩였다는 얘기다. 노태우가 백만호 주택을 건설하면서 모래가 없어 짠맛이 가시지도 않은 바닷모래를 가져다 집을 지었다는 말을 들었고, 주중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목포 휴게소에 들르면 손님보다 종업원 수가 더 많은 한적한 모습을 보면서 지금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면서 생긴 물음이기 때문이다. 대전을 기점으로 자동차를 타고 출발하면 한반도 이남은 두 시간이면 닿는 거리인데도 선거가 끝나면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도통 구경할 수 없는 지방 비행장을 만들어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는 시대를 앞서간 혜안이라고 칭송을 할지도 모르지만 침이 마르게 두바이를 떠받들다 이제는 계륵으로 치부하는 우를 이제는 반복하지 말자는 염려이기 때문이다. 불탄 숭례문-우리는 남대문이라 부르다 불타 없어지고서 숭례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자리에 있는 재를 치우기도 전에 뚝딱거려 다시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며 이런 염려가 기우가 아님을 절감했다.

대운하는 정녕 아니라면서 4대강을 뒤집어 놓는 MBc가 세종시를 과학기술 명품 도시를 만든다고 했을 때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떠나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 같아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노무현도 세종시는 표를 얻기 위한 즉흥적 공약이었는데 그런 공약에 화답을 보냈던 이가 손바닥 뒤집듯 홱 돌아서는 건 가볍다 못해 간과 쓸개에 번갈아 붙는 박쥐만도 못해 보여 씁쓸함을 금하지 못했다.

이런 MBc가 노무현보다 더 무서운 것은 4대강 사업을 임기 내에 끝내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 말을 세종시와 연결해서 뒤집어 보면 그 속뜻을 음미할 수가 있다. 권력을 가진 자만 공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말로 세종시는 죽은 권력의 유산이기 때문에 지속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4대강-이라고 쓰면서 대운하라고 읽는다-은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을 때 후다닥 끝내겠다는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쥐도 새도 모르게 4대강을 뒤집어 놓겠다는 속내인지도 모르겠다. MBc는 대통령 단임제가 연임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제도라며 단임제가 가진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지 않았는가.

시냇물이 굽이굽이 흐르는 것이 보기 싫다고 반듯하게 만들고 양옆으로 공구리를 치던 시절이 있었다. 당장은 보기에 좋았다. 한 해 두 해가 지나자 물이 마르고 썩어가기 시작했고, 장마철에는 물이 넘쳐 난리가 났다. 한 세대가 흐른 지금, 우리는 생태를 복원하자며 공구리치던 이전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공구리 열심히 치던 시절에 서구에서는 진작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노무현과 MBc, 둘 다 미래를 내다보며 고뇌에 찬 결단을 한 것이 하나 있다. 대통령 전용기를 도입하려고 한 것이다. 물론 노무현은 야당의 반대로 좌절했지만 MBc는 착수금을 예산에 반영했다고 한다. 자신이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닌데 비행기 한 대를 도입하는데 오 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세종시나 4대강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한 세대가 흐르고 나서 어떤 모습이 될지 고민을 하면 어디 덧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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