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이상한 정상가족
그렇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내 눈과 귀와 입은 여전히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습니다. 뉴스에서 동반자살을 접하면 짠한 사연에 매몰돼 자녀들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참극을 자녀의 인권유린과 폭력, 범죄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동반자살'이라고 부르며 동정하는 시선(91)'으로만 봤습니다.

체벌과 학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의 매'라는 '부모의 체벌은 용인하면서 어린이집에서 체벌이 발생(31)'하면 학대라며 분노했습니다. '사랑하면 신체적으로 우월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힘으로 억눌러도 괜찮(38)'은 폭력이라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아이들이 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사회구성원의 자격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는 고통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54)'는 소유물로 봤습니다. '친권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지 자녀에 대한 처분 '권리'가 아(105)'님을 미처 몰랐습니다.

가족주의로 똘똘 뭉친 정상가족인데 '딸이 미혼모가 되면 다수의 부모들은 딸을 내치기 십상'입니다. '그토록 가족이 중요하다면 더 감싸 안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117)'습니다. '한국의 가족주의는 소위 '정상가족'인 가부장적 가족만 인정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115)'입니다. '혈통적 한국인들이 '정상가족'이 되어 '비정상'에 해당하는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자녀를 차별하는 것(150)'도 그렇고요.

'가족의 '공·사' 비율에서 '공'을 늘리기 위해 공공이 개입하는 것은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가족의 짐을 사회가 덜어주자는 것이다. 가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가족에게 부과된 의미와 기능을 축소하자는 것(237)'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기 위한 공적 개입(244)'이겠지요.

'스웨덴의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00분이고, OECD 국가 평균은 47분이다. 한국은 6분(231)'이라고 합니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5)'습니다. '공감의 능력이 확대되는 건 아름답지만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공감의 확대는 어쩌면 감성이 아니라 이성을 발휘해야(255)'겠지요.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공연한 멸시, '정상가족'의 범위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미혼모, 이주 노동자,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차별(199)'이 내게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일반 아파트에 살면서 임대 아파트를 아래로 보는 '이상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없었는지 되돌아봅니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책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길 바랍니다.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동아시아 20171121 284쪽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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