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기사

소설 《만다라》를 쓴 김성동 작가는 소설을 비롯한 문학이야말로 마지막까지 버텨내야 할 '가내수공업'이라며 컴퓨터가 원고지를 대신하면서 소설을 찍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기계로 글을 쓰니 작가들 개성이 다 사라졌어요. 원래 우리 문장은 출렁이는 음악성이 있는데, 컴퓨터로만 글을 쓰니 단문만 선호하고 있어요. 어휘도 빈곤해지고요. 요즘 글을 보면 '모르스 부호'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소설은 말이죠, 끝까지 지켜야 할 '가내수공업'이에요.1

김성동 작가가 컴퓨터에 적응을 못 하고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아서 하는 지청구가 아니다. 가끔 작가 지망생들의 습작을 읽어보면 소설을 붕어빵 찍어내듯이 대량생산으로 찍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한다. 김치냉장고가 나오면서 김장이 사라졌듯이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 어휘가 빈곤해지고 단문만 선호하여 모르스 부호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 《7년의 밤》을 쓰기 위해 빼곡하게 기록한 취재 노트, 타임라인 노트와 작업 노트를 바탕으로 원고지 2000장 분량의 초고를 썼다고 한다. 언론계 신화가 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약 3년여의 세월을 오로지 이 사건을 추적해서 결국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냈다.

수고의 빈곤함을 우려한 작가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자는 컴퓨터로 기사를 찍어내고 있다. 이런 신종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른 지 오래됐다. 그 자리를 인공지능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가내수공업을 발품이라고 갈음한다면 기레기는 제일 먼저 없어질 직업군이 됐다.

가까운 미래는 발품 취재가 가내수공업이 될 것이다. 기자도 마지막까지 버텨내야 할 가내수공업자이다. 훗날 가내수공업 기자가 명품 기자인 시대가 도래하고, 가내수공업 기자가 쓴 기사는 '핸드메이드 기사'로 불릴 것이다.


1. 부산일보, 2020.02.01, 불멸의 종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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