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VS 80의 사회

Dream Hoarders, 2017
  • 미국에서 상위 20퍼센트의 가구 소득(세전) 총합은 1979년에서 2013년 사이에 4조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위 80퍼센트의 소득 총합은 3조 달러가 약간 넘게 증가했다. 하위 20퍼센트와 중위 20퍼센트 사이의 격차는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 하위 80퍼센트 사이에서는 불평등이 증가하지 않았다. 불평등은 모두 그 80퍼센트 선을 기점으로, 혹은 그 위쪽으로 벌어졌다. (20)
  • 미국은 빈곤이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는 나라이면서 극단적인 부자들이 존재하는 나라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이야기가 있다. 맨 꼭대기 1퍼센트의 바로 아래에 있는 19퍼센트와 그 아래 80퍼센트 사이 경제적 분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적 분리의 정도는 최상류층으로 갈수록 심하고, 특히 상위 1퍼센트에서 가장 크다. (...) 상위 20퍼센트와 나머지 80퍼센트 사이의 격차는 미국의 경제와 사회 모두에서 드러나는 '대격차(Great Divide)'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43)
  •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은 부모 잘못 만나는 것을 "가장 큰 시장 실패"라고 불렀다. 중상류증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 '시장 실패'를 성공적으로 피한 셈이다. (53)
  • 철학자 애덤 스위프트는 "어떤 부모를 갖게 될지는 전적으로 운이지만 어떤 자녀를 갖게 될지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중상류층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체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한다. 그 결과 소득 상위 계층에 새데 간 경직성이 생긴다. 중상류층 지위사 사실상 세습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쪽의 경직성이 바닥 쪽보다 심하다. (65)
  • 우리는 부모(parent)라는 명사가 동사로도 쓰이게 만드는 첫 번째 계급이다. 이제 우리는 '부모이다'라고 말하기보다 '부모 한다'라고 말해야 할 듯하다. (69)
  • 부모의 높은 학력과 높은 소득, 두 가지 모두 자녀가 커서 높은 학력과 높은 소득을 갖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 과정은 다음 세대로도 계속 이어진다. 부도 그렇다. 부유한 집안은 자녀, 손주 대대로 계속 부유할 테지만 이 세습은 직접적인 상속을 통해서라기보다는 교육을 통해서, 즉 유산보다는 학위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101) 미국이 영국보다 상위 계층(소득 기준)의 경직성이 크다. 상위 20퍼센트 가구에서 태어난 아이 중 성인이 되어서도 상위 20퍼센트에 속하는 비중이 미국은 36퍼센트, 영국은 30퍼센트다. (105)
  • 현재의 구조에서는 중상류층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것이 연착륙이 아니라 추락으로 보인다. 중상류층과 나머지 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임금만 보더라도 한두 단계 떨어지는 것이 매우 심각한 일이 될 수 있다. (...) 상위와 중위의 소득 격차는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크고,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110)
  •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중상류층에서 떨어질 경우 더 깊게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중상류층 부모는 자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리 바닥을 깔아 주고자 할 동기가 커지며,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원도 있다. 그래서 기회 사재기를 포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자녀의 하향 이동 위험을 줄여 주려고 한다. 그들의 노력이 성공적일 경우, 위쪽이 더 경직적인 계층 구조가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중상류층은 자녀가 계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어 재분배 정책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줄어든다. 그러면 불평등이 더 심화된다. (112)
  • 현재 미국의 능력 본위 시스템 가진 문제는 시장이 인정하는 종류의 능력이 불평등하게 육성된다는 데 있다. 대체로 중상류층 아이들은 노동 시장에 진입할 무렵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능력을 갖춘 상태여서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선다 미국의 능력 본위 시스템은 계급 장벽을 부수기는커녕 유지하고 영속화하는 메커니즘으로 변질되었다. (119)
  • '능력 본위'가 자동적으로 '공정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 쪽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려면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20)
  • 부모는 아이가 잘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권리를 갖지만 아이에게 '경쟁 우위'를 부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할 권리는 없다. 내 아이가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사는 것을 도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원이 유한한 사회에서는 한 아이의 상화이 향상되면 불가피하게 다른 아이의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경쟁 우위를 부여할 경우에 이것이 다른 아이에게 미치는 효과는 중립적이지 않다. 일자리나 그밖의 보상을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다른 아이들의 전망에 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150)
  • 기회 사재기는 가치 있고 희소한 기회들이 반경쟁적인 방식으로 분배될 때, 즉 분배가 개인의 성과와 관련 없는 요인들에 영향을 받을 때 발생한다. (152)
  • 기회 사재기는 하나의 커다란 기계가 작동해서 나오는 결과가 아니라 개인들의 작은 선택과 선호들이 일으킨 효과가 누적되어 생기는 결과다. (178)
  • 우리는 노동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불평등을 사후적으로 고치려 하기보다는 생애 첫 25년 동안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184)

20 VS 80의 사회Dream Hoarders, 2017/리처드 리브스Richard V. Reeves/김승진 역/민음사 20190823 272쪽 17,000원

최상위 1퍼센트와 나머지 99퍼센트 대립이 아니라 상위 20퍼센트인 중상류층까지 범위를 넓혀 20 VS 80의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분석했다. 우리 현실과 비교해도 이질감은커녕 여기가 더 지옥임을 상기시킨다. 부모를 잘못 만난 것이 "가장 큰 시장 실패"이고, 이런 불평등한 구조는 조그만 틈도 없이 더 단단해지고 있다. 계층간 이동은 빠르게 경직된다.

"기회의 공정한 평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저자가 내놓은 제안 중 첫 번째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을 줄이자"이다. 우리가 출산 절벽인 이유와 같다. "노동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불평등을 사후적으로 고치려 하기보다는 생애 첫 25년 동안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하라는 충고는 아주 현명하다. 사고 예방 비용은 사고 수습 비용보다 언제나 저렴하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담대하게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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