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우리집

砂漠のわが家, 2014
미나코 알케트비는 아랍에미리트 남자를 만나 결혼 후 남편의 고향으로 갔습니다. 두바이에서 120㎞ 떨어진 사막입니다. 여름에는 기온이 50도를 넘기도 합니다. 여기서 살기로 하면서 남편과 약속을 했습니다. 절대로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일본에 잠시 다니러 간 사이에 어미를 잃은 갓 태어난 가젤을 남편이 맡기로 했습니다. 젖병으로 키워준 남편을 엄마라고 생각하는지 산책하러 나가면 따라갑니다. 아랍어로 '밤새도록 수다를 떨다'라는 뜻의 '사메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메르가 9개월쯤 됐을 때 암컷 가젤이 왔고,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인 '다마니'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한여름의 사막에서 어린 강아지 2마리와 우연히 만났습니다. 사막에 누군가 버리고 간 강아지였습니다. 다마니가 온 이후로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던 약속은 '동물은 어지간해서는 키우지 않겠다'로 바뀌었지만, 기온이 50도에 가까운 사막에 남겨둘 수 없어 집으로 들였습니다. 티니와 타이니 덕분에 사막이 재미있는 일로 가득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동물은 가능하면 키우지 않겠다'로 바뀌었습니다.

거리에서 날개가 부러진 아기 비둘기를 만났습니다. 집으로 데려가는 길에 빵을 씹어서 주었습니다. 아기 비둘기에게 아랍어로 '빵'이라는 뜻의 '쿠브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부러진 날개도 나았고, 매일 산책 비행을 합니다. 떠날 생각은 없어 보이고, 성격이 드세 아무도 쿠브즈에게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안부 전해줘'라는 뜻의 아랍 말인 '살라미'도 입양했습니다. 사막에도 길고양이는 있습니다. 마당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새끼 고양이와 마주쳤고, 건강할 때까지 보살피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우리집 고양이가 되어 '초비초비'가 됐습니다. 이 무렵 결심은 '동물은 방법이 없으면 들인다'로 바뀌었습니다. 고양이 숫자는 늘어갔습니다. 23마리 고양이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자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갑니다.

주차장에서 발견한 '페티페티'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 토끼입니다. 밥을 주기 전에 차임벨을 울리곤 했는데, 한밤중에 차임벨을 울리며 밥을 달라고 합니다. 지금은 차임벨을 페티가 다을 수 없는 곳에 두었습니다. 사막의 우리집에서 함께 사는 동물은 대략 200마리입니다. 낙타 50여 마리, 소 7마리, 염소와 양은 100여 마리, 닭 30여 마리는 부모님이 주로 돌보고 우리가 돕고 있습니다.

모두들 저마다의 인연으로 식구가 됐습니다. 함께 산책할 때도 있고, 새끼를 낳는 자리에 같이 있을 때도 있는 함께 사는 식구가 됐습니다. 이런 식구들과 10년 동안 지내며 '동물은 절대 키우지 않겠다'는 결심은 '오는 동물 막지 않는다'로 바뀌었습니다.

사막의 우리집砂漠のわが家, 2014/미나코 알케트비美奈子アルケトビ/전화윤 역/난다 20201215 100쪽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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