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 제왕나비의 대이동을 따라 달린 264일의 자전거 여행

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 제왕나비의 대이동을 따라 달린 264일의 자전거 여행
  • 이동하는 제왕나비를 따라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자전거로 왕복하겠다는 생각은 제왕나비를 찾아가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에서 시작되었다. 2013년 친구와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멕시코를 여행하면서 우리는 제왕나비가 겨울을 나는 지역을 찾아가 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4월에 접어들어 제왕나비가 북쪽으로 이동을 시작했을 때여서 가지 않았다.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왕나비를 찾아가겠다는 생각은 점점 커져 대이동을 자전거로 함께하고 싶다는 꿈으로 바뀌었다. 2016년, 드디어 몽상을 멈추고 여행 시기를 2017년 봄으로 정했다. 이제 생각은 계획이 되었고 세부 계획을 세울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13)
  • 드디어 출발할 때가 되었다. 2017년 1월 캔자스주 캔자스시티 외곽의 집을 떠나 용감하게 버스에 오른 후 52시간을 달리고, 다시 자전거로 이틀을 더 달려 멕시코 미초아칸주 엘로사리오(El Rosario)의 제왕나비 보호구역 주차장에 도착했다. (14)
  • 이동 거리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멕시코의 제왕나비 월동 지역에서 캐나다까지 갔다 돌아오려면 약 1만 6,000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려야 할 것이다. 3월에 출발하면 제왕나비와 마찬가지로 여름에 캐나다에 도착하고 11월에 다시 멕시코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한 달에 1,900킬로미터는 족히 달려야 한다. (22)
  • 장거리 여행에서 의심은 근육의 피로만큼이나 해롭다. 그러나 다리 근육을 단련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듯 마음도 단련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큰 그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가야 하는지를 절대 생각하지 않고 대신 다음 1킬로미터, 다음 마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음 식사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장 가야 하는 단거리만 해결하면 되고 작은 승리를 축하하다 보면 거리가 늘어난다. 이 전략을 알고 있는 건 장거리 여행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자전거로 볼리비아에서 텍사스까지 12개국을 돌았고 미국 49개 주를 통과한 경험이 있다. (51)
  • 나는 제왕나비를 북미 하늘에서 성장하고 이동하고 탈바꿈하는 하나의 유기체로 보기 시작했다. 제왕나비는 하나의 영혼으로 대륙을 채색하는 예술가들이다. (88)
  • 아스클레피아스속 식물을 일컫는 밀크위드는 제왕나비 애벌레가 먹는 유일한 식물이다. 모두 100종이 넘고 그중 70종이 미국에 자생한다. 제왕나비는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밀크위드 종을 양식으로 삼는다. 매년 봄 텍사스에 도착하는 암컷 제왕나비는 적당한 밀크위드를 찾아 수백 개의 알을 낳는다. (90)
  • 전체적으로 제왕나비는 하루 40~50킬로미터를 이동한다. 물론 더 멀리 가는 제왕나비도 있고, 하루에 426킬로미터를 갔다는 기록도 있지만 40~50킬로미터는 자전거로도 갈 수 있는 거리다. 수백만 마리가 흩어져 날아가니 경로를 짜는 것도 한계가 없다. 가정의 뒷마당, 학교 정원, 공원, 길가의 배수로, 버려진 땅 등 제왕나비는 마치 구름처럼 누구나 발견하는 곳에 나타난다. 자전거로 따라다니기 딱 좋다. (110)
  • 제가 파리에 가서 〈모나리자〉를 봤어요. 〈모나리자〉가 무슨 쓸모가 있죠? 그냥 종이 한 장에 그린 그림일 뿐인데요. 하지만 우리는 이 그림을 우리 문화와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합니다. 제왕나비는 〈모나리자〉만큼이나 소중해요. (...) 그 자체로 매혹적이고 가치 있습니다. (115)
  • 과학자들은 1헥타르(1헥타르는 1만 제곱미터로 축구장 두 개 크기다)에 제왕나비 2,110만 마리가 평균적으로 모인다고 추정한다. 측정 방법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개체수 측정의 목적은 정확한 수를 아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매년 같은 방식으로 면적을 계산했을 때 평균적으로 면적이 변하지 않으면 개체수도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측정 결과는 안정적이지 않다. 모나크 와치에서 작성한 그래프를 보면 매년 겨울 멕시코에서 차지하는 제왕나비 면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개체수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전체 추세는 불안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96~1997년 겨울 제왕나비가 차지한 면적은 20.97 헥타르였다. 2013~2014년에는 이 면적이 0.67헥타르로 줄었다. (123)
  • 밀크위드는 살아남지 못했다. 2019년 미국 농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37만 1,000제곱킬로미터 (축구장 6,900만 개)가 넘는 땅에 옥수수가 자라고 이중 89퍼센트가 제초제에 내성이 생기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종자에서 싹을 틔웠다. 우리의 물, 공기, 밀크위드 그리고 제왕나비가 계속 그 피해를 보고 있다. (151)
  • 어두운 숲속 그리고 텐트 속의 침낭에서 나를 안심시키는 지구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제왕나비를 생각했다. 제왕나비 역시 우리가 볼 수 없을 때에도 고집스럽게 자기 길을 간다. 우리가 계속 집을 내주기만 한다면 제왕나비 역시 언제나 봄 홍수처럼 찾아와 물안개에 뜬 무지개처럼 날아오르다 추위가 찾아오면 떠나갈 것이다. 이주자, 방랑자, 여행자, 유목민.... 제왕나비는 삶이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존재하는 그 자리를 집으로 삼는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환영받는 땅에서 더 편안할 것이다. 달콤한 꽃꿀, 푸른 풀잎, 맑은 물이 있는 땅, 미소와 물결과 정원이 기다리는 땅에서 더 행복할 것이다. (225)
  • 멕시코의 겨울 서식지 역시 흰색, 보라색, 노란색 꽃으로 뒤덮여 있지만 이주 나비를 모두 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제왕나비는 대부분 몸에 축적한 지방에 의지해 살아남고 비축한 지방이 다 없어졌을 때에만 바닥에 깔린 꽃을 찾는다. 이렇게 꽃꿀을 마시는 제왕나비는 나무에 매달려 움직이지 않는 나비에 비해 축적된 지방이 반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충분한 지방을 저장하지 못한 것인데, 서둘러 내려왔거나 꿀이 풍부한 꽃을 찾지 못했거나 작게 태어나 활공비 효율이 떨어지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런 나비는 겨울 간식을 꼭 먹어야 한다. (294)
  • 1만 6,416킬로미터를 달렸다. 이제 1킬로미터 남았다. 제왕나비는 가볍게 날아갔다. 아마도 나를 거뜬히 앞질러 월동 장소로 갔을 것이다. 본능에 이끌려 증조부모가 지난겨울 머물던 숲을 찾았을 것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나비. 나 역시 돌아가고 있었다. 1킬로미터만 더 가면 처음과 끝이 만나고 봄과 가을이 만나고 조상과 후손이 만나고 첫장과 마지막 장이 만난다. 하지만 그때가 되어도 내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1킬로미터를 더 가고 자전거 여행이 끝나도 제왕나비는 영원히 내 마음속에서 팔랑거릴 것이다. (343)

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Bicycling with Butterflies: My 10,201-Mile Journey Following the Monarch Migration, 2021/사라 다이크먼Sara Dykman/이초희 역/현암사 20231023 372쪽 19,500원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는 멕시코에서 겨울을 보낸 뒤 봄이 되면 북쪽으로 날아올라 미국을 지나 캐나다까지 이동한다. 북쪽으로 이동하며 밀크위드에 알을 낳고, 그렇게 태어난 제왕나비는 대를 이어 캐나다까지 이동하다 기온이 내려가면 남하해서 멕시코로 돌아온다. 밀크위드(milkweed)는 제왕나비 애벌레가 먹는 유일한 식물이다. 매년 봄 텍사스에 도착한 암컷 제왕나비는 적당한 밀크위드를 찾아 수백 개의 알을 낳는다.

자전거를 타고 제왕나비의 긴 여정을 따라갔다. 2017년 3월 12일부터 11월 30일까지 264일 동안 멕시코, 미국, 캐나다를 왕복하며 1만 6,417킬로미터를 달렸다. 밀크위드를 베어버려 제왕나비가 알을 낳지 못하자 매년 멕시코에서 겨울을 나는 제왕나비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환경 변화를 목격하고 제왕나비를 연구하고 보존하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제왕나비가 무슨 쓸모가 있냐는 물음에 제왕나비 생물학자인 링컨 브라워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파리에 가서 〈모나리자〉를 봤어요. 〈모나리자〉가 무슨 쓸모가 있죠? 그냥 종이 한 장에 그린 그림일 뿐인데요. 하지만 우리는 이 그림을 우리 문화와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합니다. 제왕나비는 〈모나리자〉만큼이나 소중해요. (...) 그 자체로 매혹적이고 가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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