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수면에 관련된 상품을 파는 도시가 있습니다. 잠옷 차림의 외부인들이 몰려들며 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이 도시의 랜드마크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입니다. 꿈을 파는 백화점입니다. 잠들어야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먼 옛날, 시간의 신에게 세 제자가 있었습니다. 첫째 제자는 미래, 두 번째 제자에게는 과거를 주었습니다. 꿈을 꾸는 능력을 받은 세 번째 제자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세웠고 후손들에게 대물림됐습니다.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들이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32)'입니다. '현실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의 적당한 다스림(33)'이 시간의 신이 세 번째 제자에게 바란 것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후불제입니다. 손님은 꿈을 꾼 후 설렘, 성취감, 자신감, 신기함, 호기심, 질투심, 열등감 등등 귀중한 감정으로 꿈값을 지불합니다. 숙면 캔디와 심신 안정용 쿠키는 무료로 줍니다. 대단한 미래는 없을지 몰라도 즐거운 현재와 오늘 밤의 꿈들이 있습니다. 꿈의 가치는 손님에게 달려 있습니다. 손님 스스로 깨닫는 꿈이 좋은 꿈입니다.

꿈 제작자 정기총회는 크리스마스 한 시즌만 일하는 산타클로스의 오두막에서 열립니다. 산타는 '크리스마스까지 어린애들 취향을 알아내서 꿈을 만들어 놓으려(175)'고 일 년 내내 바쁩니다. 올해 정기총회는 '꿈을 예약해놓고 예약 당일에 제시간에 잠들지 않아서 끝내 나타나지 않는 손님(160)'들이 늘어나서 노쇼 대책이 안건입니다. '자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하느라 잠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재미나는 것보다 더 즐거운 꿈을 만들(186)'자며 싱겁게 끝났습니다.

'좋아하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거(87)'랍니다. 짝사랑을 시작하는 손님, 어서 오세요. 영감(靈感)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231)'입니다. 영감이 필요하신 손님, 어서 오세요. 아파서 먼저 떠나보낸 5살 난 딸은 '100개만큼 행복하고 1개만큼 아팠는데, 지금은 1개도(275)' 아프지 않고 좋은 기억만 있답니다. 5살에 멈춰버린 딸을 보고 싶으신 손님, 어서 오세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는 아직 좋은 꿈이 잔뜩 남아 있습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팩토리나인 20200710 300쪽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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